성범죄에 있어 성인지감수성이란
성 관련하여 일어나는 대부분의 범죄는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 대한 증거가 한정적이거나 없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이로 인해 사건의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어렵다 보니 피해자 및 피의자의 진술에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성적 피해가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사건이 있던 당시 바로 신고를 하지 못하여 증거가 훼손되거나, 신고를 고민하는 기간 동안 CCTV 등과 같은 관련 증거가 유실되기도 합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시일이 많이 흐른 뒤 신고하게 되면 피해자와 피의자 등 각 당사자의 당시 기억에 차이가 생겨 수사에 난항을 겪기도 합니다.
이처럼 성 관련 범죄는 그 범죄의 특성상 증거 확보시기를 놓치거나, 증거가 유실되는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객관적인 증거가 아닌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 진실성에 수사 초점에 맞춰지기도 합니다. 누구의 주장이 더 진실한지를 판단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건에 있어 당사자의 입장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해자는 피해를 입었음을 주장하지만, 피의자는 동의가 있었다고 인지하는 상황입니다. 대표적으로 암묵적 동의입니다. 상황에 의해 제대로 거부하지 못하고 침묵한 것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생각하거나, 소극적 거부를 으레 하는 행동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범죄는 성 관련한 범죄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직접적인 성적 접촉뿐만 아니라 때로는 성희롱이나 강제추행 등과 같이 거부할 새 없이 당하게 되기도 합니다. 갑작스럽게 몸의 일부를 만지거나, 그러한 언사를 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성범죄는 특히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세대로부터 많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의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보니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이를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입장도 각기 다릅니다.
그렇다면 과연 성범죄에 있어 성인지 감수성은 어떠한 개념일까요?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MBN 성인지 감수성 관련 뉴스 캡쳐화면
성인지 감수성
‘성인지감수성’은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유엔여성대회에서 gender sensibility로 처음 사용되어 우리나라에는 2000년대 초반 정책 입안, 공공예산 편성 등에 처음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성차별과 불균형을 감지해내는 민감성을 뜻하나, 법조계에서는 피해자가 처했던 상황과 그 맥락을 피해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 것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을 2018년 대법원 판결에서였습니다. 학생을 성희롱하여 해임 징계를 받은 대학교수가 이에 불복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건이었습니다. 1심에서는 원고 승소를 판결하였으나, 상고심에서는 원심을 개고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하며 판결에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하여 언급한 것입니다.
법원이 성범죄 관련 소송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 발생의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성인지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가해자 중심적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피해자가 그 피해 사실을 알리며 문제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과 여론, 부당한 처우 및 정신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다. (중략) 따라서 피해자가 처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그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하는 것은 옳은 증거판단이라 볼 수 없다.
2017두74702
그간 성범죄에 있어 피해자의 피해자다운 행동 여부를 확인하여 판단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피해사실이 있던 당시 피해를 입은 모습과 행동이 나타나야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해당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을 바라볼 때 성별 간 불균형이 있음을 받아들여서 피해자의 상황에서 사건의 맥락을 보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성인지 감수성이 주요 쟁점이 되었던 것이 작년 발생했던 전 충청남도 도지사의 성폭행 사건입니다.
전 도지사의 수행비서로 지낸 김씨는 그 시절 수차례 성폭행 및 성추행을 당했다며 소를 제기했습니다. 사건이 있은 후 피해자의 행동을 보았을 때 피해자다움이 보이지 않고,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하여 간음했음을 증명하기 어렵다며 ‘합의된 관계’였다는 전 도지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무죄가 선고되었던 1심. 2심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에 의하여 판결이 뒤집혔습니다. 2심에서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경험 기반의 진술 및 권력적 상하관계를 악용한 것을 인정하여 징역 3월 6월의 형이 선고되었습니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성인지 감수성을 언급하며 실형을 확정하였습니다.
결국 ‘성인지 감수성’에 의하여 피해자의 상황을 고려한 법원이 업무상 위력이 있었음을 인정하여 유죄를 판결한 것입니다. 이처럼 성인지 감수성 여부에 따라 상이한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중요한 진술
사건 수사에 있어 직접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도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피의자가 사안에 대하여 어떻게 진술하는지, 진술이 번복되지는 않는지도 판단에 주요한 쟁점이 됩니다. 누가 더 신빙성 있는 주장을 하는지를 가지고 판단하게 되기 때문에, 잠시의 착각이나 기억 오류 등으로 진술을 번복하게 되면 수사기관과 법원은 관련 내용에 더욱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특히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상대방의 주장에 전면 반박하며 본인은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무작정 무죄를 주장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객관적으로 사실이 그러하다면 최대한 관련 증거를 확보하여 증거를 기반하여 무죄를 주장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특정한 사실이 있었다면 사건 발생 경위 등에 대해서 진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건이 있은 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기억이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이에 조사기관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면 빠른 시일에 조사에 임하기보다는 기억을 정리한 뒤 조사에 임하기 위해 법률인과 상의하고, 이 과정에서 때로는 불리해질 진술을 배제하거나, 함께 동행하여 성실하게 조사에 임해야 합니다.
그동안 성범죄 수사 과정에 있어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배제되어온 현실을 감안하면 성인지 감수성이 불필요한 개념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성인지 감수성으로 인해 억울하게 벌을 받게 되는 경우는 발생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24시 성범죄 케어센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