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자살 살인사건 전말과 요약
사건 개요
유복했던 강남의 한 가정, 남편과 아내 그리고 딸과 아들은 화목하게 살고 있었으나, 부부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 아들에게서 나옵니다. 이 때문에 부부 사이 갈등이 심해진 상태. 결국 아내가 남편이 잠든 사이 아들과 딸을 죽이고 자신의 몸을 14번 칼로 찌른 뒤 자살합니다. 이후 남편이 혈액형을 다시 검사했는데, 0형이 아닌 A형으로 밝혀졌고 아들은 자신의 아들이 맞았던 것입니다.
1990년 6월에 일어난 사건으로, 당시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므로 TV에도 여러 차례 방송이 되었고 각색하여 나온 경우도 있었죠. 사실 지금 봐도 꽤나 충격적인 사건인데, 최근 다시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사건이 비화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검 결과 부인의 분노가 극에 달했는지 주저흔 조차 발견되지 않은 점, 14번이나 자신을 찌르면서도 주저하지 않았고 자신을 찌른 뒤에도 떨어져 있는 남편 옆에 칼을 두고 남편을 살인자로 몰아가려도 했던 점 등 지금의 상식으로도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은 사건입니다.
“부검은 서울 의대 법의학팀 이정빈 교수의 집도로 실시됐다. 6월 20일 부검팀은 아내 김 씨의 사체에서 타인이 찌른 것으로 보이는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놀라운 소견을 보내왔다. 다시 말해 아내 김 씨의 가슴과 배에 난 상흔들은 보통 자살할 때 나타나는 주저 흔하라는 소견이었다. 보통 스스로 자기 몸을 찌를 때 나타나는 상처와 타인에게 찔렸을 때 나타나는 상처는 그 모양이나 깊이, 방향 등에서 차이가 있다. 부검팀은 아내 김 씨의 몸에 있는 상처를 스스로 찌른 것으로 판단한 것이었다. 또 거실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던 핏방울들은 아내 김 씨의 것이었으며 흉기에 남아있는 어렴풋한 지문과 아이들의 방바닥 등에 남아 있었던 발자국도 그녀의 것으로 판명됐다. 또 사망한 두 자녀의 사체에서는 반항 흔이 발견됐는데 자녀들의 손에서 발견된 머리카락도 아내 김 씨의 것으로 확인됐다.”
부검팀의 소견과 현장 감식 결과를 짜 맞추던 수사 팀원들은 동시에 머리를 끄덕였다. 그동안의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수사팀은 그간의 모든 수사 결과를 종합, 아내 김 씨가 자녀들을 살해한 뒤 자신도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한 씨의 진술에 따르면 이들 가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부부 사이도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하기 얼마 전부터 극심한 불화를 겪게 됐다는 것이다. 이유는 얼마 전 나온 아들의 혈액형 때문이었다. 한 씨 부부의 혈액형은 둘 다 O형으로 자녀들의 혈액형도 당연히 O형이어야 하는데 딸의 혈액형은 O형으로 나온데 반해 아들의 혈액형이 A형으로 나왔던 것이다. 한 씨의 충격은 상상이상이었다고 한다. 한 씨는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이 일로 부부는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한 씨는 아내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로 아내를 본의 아니게 괴롭혔고, 아내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믿어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평화롭던 한 씨의 가정은 한순간에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한 씨도 아들의 혈액형을 알게 된 후로는 한순간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고 한다. 누가 보더라도 부러운 가정을 꾸려왔던 한 씨로서는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주부가 사랑하는 자녀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내 김 씨는 우울증을 앓아온 것도 아니었으며 과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도 없었다. 수사팀은 아내 김 씨가 남편의 의심을 받으며 괴로워하던 중 순간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100점짜리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다해오던 김 씨에게 다정하기만 했던 남편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와 냉소적인 태도는 더없이 치욕적이고 억울했을 수 있었을 거라는 게 수사팀의 의견이었다.
[잊을 수 없는 그 사건 <98화>] 혈액형 오판 가족 참극
친자확인 유전자 검사는 1991년부터 도입되었고 이 사건의 남편의 경우는 친자확인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혈액형 검사는 다시 받아볼 수 있었는데, 여러모로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드는 사건입니다.
혈액형의 검진 오류로 인한 일가족의 비극, 3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것이 사건 당시의 충격을 그대로 전해주는 듯 보입니다.
[출처] 혈액형 자살 살인사건 전말과 요약|작성자 민경철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