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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 소송에서 반성문과 탄원서의 효력

LEGALMIND-LAW 2020. 4. 30. 11:30

형사소송에서 유죄를 확실시되는, 혐의를 인정하는 피고인에게 최대 관심사는 낮은 형량입니다. 잘 와닿지 않을 수 있겠지만, 징역 1년과 2년의 차이는 단순 계산으로 '두 배'의 차이이며 이 기간 동안 완전히 사회와 분리되기 때문에 다만 1년이라도 줄여야 실형의 후유증을 줄일 수 있는 것이죠. 특히 구속됐거나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피고인은 재판부에 다양한 방법으로 선처를 호소합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피고인과 지인들이 탄원서와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입니다.

진행 중인 형사소송에 있어 탄원서를 제출하면 어떤 효력이 생기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에 대해 온라인상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주장들이 넘쳐나며 효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애초에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블로그나 홈페이지에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넘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겠죠

24시 성범죄 케어센터의 실무진들을 이에 관하여 알기 쉽게 설명드리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부디 이 글을 읽으시고 형사사건에 있어 탄원서를 어떤 방식으로 작성해야 하며, 탄원서에 어디까지 효력을 기대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먼저 대한민국의 중앙행정기관인 ‘법제처’가 운영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탄원서’를 검색하면 어떤 법령, 법령용어도 조회되지 않습니다. 이는 즉, 탄원서는 법률로 정해진 양식이 없는 문서라는 것인데요. 그런데 왜 많은 이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지인들에게 받거나 작성하여 사법기관에 제출하는 것일까요?

진정성이 담긴 탄원서는 반영될 여지가 있다.

탄원서를 보고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나타나지 않은 사정을 파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인들이 제출하는 탄원서에 피고인의 아들이 "아버지는 평생 빚을 갚으며 소처럼 일만 하시던 성실하고 존경스러운 분이다. 제발 용서해 달라"라는 손수 쓴 탄원서의 내용은, 치열한 법리공방으로는 판사가 알 수 없는 피고인의 성향입니다.

수많은 양형(재판 결과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범죄자)에 대하여 형벌의 정도와 양을 결정하는 일을 양형이라고 합니다.) 요소 중의 하나인 탄원서는 판결에 반영할 사안이 있다면 반영하게 되고, 검사나 변호인이 판사에게 전달하지 못했던 이야기나 특별한 사정이 담겨있다면 대부분 양형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와 달리 부동 문자로 인쇄된 서류에 여러 명이 서명을 하거나 도장을 찍는 방식의 탄원서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습니다.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는 피고인에게 가장 큰 힘

작성 주체는 중요하지 않지만,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라면 상대적으로 효과가 더욱 큽니다.

특정 강력 범죄에 관한 주요 양형기준은 세부적으로 마련되어 있지만 그 외 단순 범죄의 경우는 아직까진 양형의 표준에 관한 일반적 지침을 통해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됩니다. 먼저 사건의 당사자이고 가장 큰 피해를 본 피해자가 피고인과 원만히 합의하고 이에 선처를 바란다면, 재판부로서도 절대 이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형량은 주어진 범위 안에서 자유재량으로 결정

예를 들어 ‘공무집행방해죄’는 우리 형법에 의거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법관은 피고인의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 양형의 결정을 통해 징역형을 선고할 수도 있고, 벌금형을 선고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양형의 조건과 정상참작을 고려할 수 있는 객관적 상황에 근거하여 법관은 넓은 자유재량으로 벌금형·징역형·집행유예 등을 결정하게 되며, 이때 형량(실형의 기간)·벌금의 구체적 액수·보호 처분 등도 법관의 넓은 자유재량을 통해 결정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똑같이 강제추행으로 재판을 받아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어떤 이는 징역 1년, 어떤 이는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죄명이 같다고 자세한 사실관계가 같을 수 없고 죄의 경중도 따져야 하지만, 예를 들어 비슷한 상황으로 회사 후배를 강제추행한 A 씨와 B 씨의 경우

A 씨 - 경찰 수사부터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사죄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피해자와 합의. 자신의 반성문, 지인들과 피해자의 탄원서 제출.

B 씨 -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 고의가 없었다는 등 변명만 늘어놓다 결국 혐의를 인정. 반성문과 탄원서 미제출.

판사도 결국 사람입니다. 위 A 씨와 B 씨의 사례에서, 당연히 반성하지 않는 (이는 곳 재범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며, 피해 복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B 씨에게 엄한 벌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죠.

맺으며

탄원서가 법률로 정해진 공식적인 효력은 없지만 탄원서에 어떤 내용을 담아 제출하느냐에 따라 양형의 결정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예를 들어 형사사건으로 재판 중이고, 혐의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선임한 변호인이 양형 관련 반성문과 탄원서를 써서 제출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하는 건 대부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단지 인정에만 호소하는 감정적 탄원서 내용만으로는 양형의 결정에 참작이 어렵습니다. 정상참작을 바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객관적 증빙자료를 토대로, 피고인이 왜 선처를 받아야만 하는지 그 사유를 설득력 있는 글로 논리 정연한 내용을 써 내려가야만 합니다. 반대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엄벌 탄원서를 개진할 때 역시 마찬가지로 객관적 증빙자료를 토대로, 가해자가 왜 엄벌에 처해야만 하는지 그 사유를 설득력 있는 글로 논리 정연하게 글을 작성해야만 합니다.

“탄원서를 제출해봤자 어차피 읽어보지도 않을 텐데, 꼭 작성해야 하나요?”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분명히 제대로 작성된 탄원서는 양형의 결정을 내리는 일에 적극 또는 소극적인 영향을 미칩니다.